심리학의 성립에 대하여

2025. 10. 27. 22:41심리학

마음의 작용을 탐구하는 학문은 철학의 영역으로 분류되었고, 인간의 사고와 감정, 의식에 대한 논의는 주로 형이상학적 사유에 머물러 있었다. 이러한 인식은 오랫동안 지속되었고, 19세기 전반기까지만 해도 심리학은 철학의 한 하위 분야로 간주되었다. 근대 이전에는 ‘마음’이라는 개념이 신체와 완전히 분리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당시 사람들은 마음을 영혼의 표현으로 이해했으며, 영혼은 물질적 실체가 아니기 때문에 과학적으로 다룰 수 없는 것으로 여겼다.

하지만 19세기 후반에 들어서면서 유럽을 중심으로 과학기술과 실증주의가 빠르게 발전하자 인간의 정신활동을 과학적으로 분석하려는 시도가 등장했다. 여러 실험과 경험적 연구가 축적되면서, 마음의 작용 역시 일정한 법칙과 원리에 따라 설명할 수 있다는 생각이 확산되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심리학은 점차 철학에서 분리되어 독립적인 과학의 한 분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이러한 변화의 결정적 계기는 1879년에 찾아왔다. 독일의 생리학자이자 철학자였던 빌헬름 분트(Wilhelm Wundt)가 라이프치히 대학에 세계 최초의 심리학 연구소인 정신물리실험실을 설립한 것이다. 분트는 자신을 ‘심리학자’라고 명명하며, 심리학을 독립된 학문으로 정립하려는 의지를 명확히 했다. 그는 심리학을 '직접 경험의 학문’으로 정의하였고, 인간이 자신의 의식 내용을 관찰하는 방법인 ‘내성법(introspection)’을 주요 연구 방법으로 사용하였다. 분트의 이러한 시도는 철학적 사유 중심의 기존 연구에서 벗어나, 실험을 통해 인간의 심리 과정을 규명하려는 과학적 접근의 출발점이 되었다.

분트의 영향력은 매우 컸으며, 그의 제자들은 독일을 비롯한 유럽 각지와 미국으로 퍼져 나가 심리학을 학문적으로 확산시켰다. 그의 연구소에서 훈련받은 학자들이 각국에 실험심리학 연구실을 세우며, 심리학의 과학적 전통은 빠르게 발전했다.

비슷한 시기에 여러 나라에서도 과학적 심리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졌다. 독일의 에빙하우스(Hermann Ebbinghaus)는 베를린 대학에서 기억과 망각에 관한 체계적인 실험을 수행하여, 1885년에 망각곡선간격효과를 발표했다. 그는 무의미한 음절을 이용한 실험을 통해 기억의 양이 시간에 따라 어떻게 감소하는지를 정량적으로 측정하였고, 이 연구는 이후 인지심리학의 발전에 중요한 기초가 되었다.

한편, 미국의 철학자이자 심리학자인 윌리엄 제임스(William James)는 1890년에 『심리학의 원리(The Principles of Psychology)』를 출간하였다. 그는 인간의 의식과 행동을 유기체의 적응 과정으로 보았고, ‘의식의 흐름(stream of consciousness)’이라는 개념을 제시하며 심리학의 철학적 기초를 새롭게 제시했다. 제임스의 저서는 실험 중심의 유럽 심리학에 비해 철학적이고 통합적인 시각을 제공함으로써, 이후 미국 실용주의 심리학의 발전에 큰 영향을 주었다.

그리고 러시아의 생리학자 이반 파블로프(Ivan Pavlov)는 개를 이용한 실험을 통해 고전적 조건형성(classical conditioning) 개념을 확립하였다. 그는 특정 자극이 반복적으로 주어질 때 생리적 반응이 어떻게 학습되는지를 과학적으로 증명하였고, 이러한 연구는 이후 행동주의 심리학의 기초가 되었다.

이처럼 19세기 후반은 심리학이 철학적 성찰에서 벗어나 실험과 관찰을 기반으로 한 과학적 학문으로 변모한 시기였다. 다양한 학자들의 연구와 이론적 발전을 통해 심리학은 인간의 마음과 행동을 과학적으로 이해하려는 학문으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게 되었다.

 

이번 글에서는 심리학의 성립에 대하여 전반적인 얘기들을 풀어보았다. 앞으로는 윌리엄 제임스에 대해서도 곧 풀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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